[18禁 내용] 바카디 모히토(Bacardi Mojito) 시음기...
2012.12.27 22:53
시음기라고 폼나게 적지만, 지금 글을 적으며 마시고 있습니다. 아, 안주는 없고 깡술(?)입니다.^^
원래 모히토라는 칵테일은 보드카 또는 화이트럼을 베이스로 하여 라임 또는 라임즙, 그리고 민트(박하)잎, 그리고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꽤 단순한 칵테일입니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서 설탕같은 감미료를 첨가합니다. 요즘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라임과 민트잎은 구하기 쉬워졌고, 최악의 경우에도 라임주스는 웬만한 수퍼마켓에서 팔 정도이기에 만들자고 하면 만들기 쉬운 술입니다. 맛은 적당한 단맛(설탕을 넣을 경우)에 상쾌한 청량감이 특징이기에 여름에 마시기 좋고, 당도를 높이면 레이디 킬러 칵테일이 될 수도 있는 잘 들어가는 술입니다.
그걸 칵테일로 매번 만들기 귀찮다는 분들을 위해 내놓은 것이 바카디 모히토 클래식이라는 칵테일 베이스와 이번에 캔 형태로 내놓은 바카디 수퍼리어 모히토입니다. 모히토 클래식은 국내에 공식적으로 팔지도 않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맛을 조금 더 내기 쉽게 한 것에 불과할 뿐 재료는 따로 다 갖춰야 하는 애매모호한 물건입니다. 그에 비해 캔으로 파는 바카디 모히토는 말 그대로 따서 속에 부으면 되는 물건입니다. 가까운 대형마트에 가면 파는 물건이고, 수입 맥주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기네스보다는 싼 물건입니다.
그러면 이 넘의 맛은 어떨까요? 사실 이게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이 캔의 앞면을 보시면 바카디 물건답지 않게 일본어가 꽤 보입니다. 바카디 모히토라는 표현과 오른쪽 아래의 '알코올 음료'를 가리키는 '술' 표현이 바로 눈에 띄는데, 이것이 함정입니다. 바카디가 일본 한정용으로 내놓은 것을 국내에도 수입한 것일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카디 모히토를 만든 것은 바카디 본사가 아닙니다. 바로 일본 삿포로 주류입니다. 에반게리온을 장식하는 고급 맥주, Ebitsu(실제 삿포로 주류 본사가 여기에 있고, 과거에 공장도 여기에 있긴 했습니다만.)로 유명한 그 동네에서 만든 술입니다. 럼 그 자체야 바카디 화이트럼을 썼을지는 모르겠으며, 일단 국내 수입은 바카디코리아가 한게 맞지만, 정작 이 술의 뿌리는 바카디 본사와 연관이 적습니다. 일본어로 적힌 내용에서도 이 술의 제조 및 현지 판매원이 삿포로 주류임이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이 술은 바카디의 노하우와 전혀 상관 없는, 삿포로 주류의 노하우로 만든 술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성분은 어떨까요? 일본어로 적힌 성분표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럼, 당류(무슨 당인지는 모르나, 국내 표기는 설탕으로 되어 있습니다.), 산미료(역시 표기가 없으나 국내 표기는 구연산입니다), 향료(한글 표기만 라임과 민트 천연향료로 되어 있습니다.), 산화방지제(로즈마리 추출물), 황색 4호 색소, 청색 1호 색소
정리하면 이 술은 바카디 럼에다 천연인지 합성인지도 불분명한 라임과 민트 향료를 넣고 설탕에 로즈마리 추출물까지 넣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술이 되고 말았습니다.
맛은 어떨까요? 사실 이 술에서 느껴지는 가장 강한 맛은 알코올과 설탕을 제외하면 바로 로즈마리 향입니다. 여기에 미미한 민트향과 역시 불분명한 라임향이 납니다. 이건 모히토라기보다는 무슨 로즈마리 허브티에 라임과 민트향을 좀 넣고 거기에 설탕을 탄 럼을 섞은 것에 불과합니다. 산뜻한 모히토의 향과 맛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매우 실망할만한 맛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요약하자면, 이 술은 모히토로서는 NG입니다. 오히려 모히토에 대한 기대를 갖고 계신 분의 환상을 깨버릴 수 있는 대략 좋지 않은 알코올 음료입니다. 모히토 자체는 만들기 어렵지 않은 술인 만큼(민트잎을 사서 짓이겨 즙을 내고, 라임을 즙을 짜거나 라임주스를 섞은 뒤 시중에 파는 칵테일용 탄산수 또는 초정탄산수같은 것을 섞고 화이트럼을 나머지 재료의 1/6정도로 섞어주면 그만입니다. 5분이면 만들 수 있고 재료도 폼나는 바텐더의 것이 필요치 않습니다. 주말에 폼나는 술이 마시고 싶다면 차라리 직접 만들어 드실 것을 권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건 정말로 NG입니다.
추신: 오랜만에 생활노하우에 연재를 하나 시작할까 합니다. 내용은 별로 삶에 도움이 안되는 제 취미에 대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코멘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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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은 아마 사탕수수를 증류해서 만드는걸로 압니다.
보드카는 원래 무맛 이라 칵테일을 해서 잘 마시는걸로 알구요
옛날에 읽은 술 관련 책에서 본 내용이 살짝 떠오르는데
가물 가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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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12.27 23:12
럼은 설탕을 뽑고 남는 폐당밀을 알코올 발효하여 만드는 '싸구려' 술입니다. 괜히 캡틴큐가 싼 술이 아니었답니다. 보드카도 고구마같은 것을 원료로 술을 빚어 증류한, '쏘련식 소주'이기에 역시 손은 가지만 재료비가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둘다 딱히 숙성을 시켜 마시는 술은 아니다보니(보드카는 특히 숙성을 아예 안시키고자 금속 용기에 보관합니다.) 숙성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는 위스키나 브랜드보다는 생산 단가가 쌉니다.
럼과 보드카가 칵테일 베이스로 인기를 끌게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럼은 한참동안 '해적과 그의 후예들이나 마시는 독하기만 한 술'로 냉대를 받았고, 보드카는 아예 서방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바카디를 비롯한 럼 제조사들이 칵테일 제법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럼 = 칵테일 베이스로 자리를 잡게 되았고, 보드카는 소련의 개방 등 보드카가 널리 알려지면서 역시 칵테일 제법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마티니같은 진 베이스 칵테일이 주류를 차지했습니다. 사실 진도 싼 술이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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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이 괜히 럼주를 달고 살았던게 아니었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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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드카 땡기네요. 다 떨어졌으니 언제 다시 공항 나갈때 사와야 겠어요. 후루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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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12.28 06:56
우우 모희또우~~ 여름에 산들 산들한 해변가에서 대자로 누워서 호울짝 호울짝 마시기 너무 좋은 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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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12.28 07:51
술을 빼고 비알코올 칵테일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집에 럼주가 있는데 레몬향이 무지 강하더라고요 =_=;; 시장에서 라임좀 사서 같이 마셔봐야 겠습니다.